신에 대해 철학적으로 이야기할 때 흔히 초월자라 부릅니다. 사실 하나님을 아는 데 있어, 신학적이나 철학적인 이해가 필요한가 하는 데는 여러가지 다양한 의견과 논란의 소지가 있을 것입니다.

그러나 인간의 입장에서는 어찌 되었든지 살아계신 하나님을 직접적으로 경험하는 체험적인 이해와, 그것이 과연 나만의 착각은 아닌지를 객관적으로 검증해 줄 수 있는 성경의 뒷받침이 필요한 것이고, 성경 속에 나타난 하나님을 이해하기 위해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어느 정도의 신학적인 사고와 이해는 피할 수 없는 것으로 보입니다.

아무튼 초월이란 국어사전의 정의에 따르면 "인간으로서는 절대 경험할 수 없는 영역을 이르는 말"입니다. 우리 하나님이 과연 이러한 추상적인 의미의 신이라는 개념과 일치하는 분인가 따지자면 반드시 그렇지는 않습니다. 그러나 인간과 동등하거나 인간의 수준에서 완전히 이해될 수 있는 분이 아니라는 면에서, 어느 정도 이 "초월"이라는 개념을 빌려서 설명할 수 있는 부분이 있으리라 생각이 됩니다.

제가 드리고 싶은 말씀은, 하나님께 속한 영역은 기본적으로 인간의 언어와 인간의 지혜로 100% 이해되고 한 점 의구심 없이 완전하게 설명되어질 수 없는 영역이라는 것입니다. 그리고 설명되어질 수 없다라고 하는 것은, 필연적으로 인간의 사고체계 안에서 파악하기에는 "모순"으로 파악된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인간은 스스로의 사고와 논리 체계를 완전한 것으로 인식합니다. 따라서 그것을 초월한 어떠한 대상을 논할 때, 분명히 어떠한 부분에서는 모순을 일으키지 않고 일치하는 부분도 있지만, 어떠한 부분에서는 모순이 일어날 수 있다는 것입니다.

예를 들어, 우리가 사는 세계가 2차원의 세계라고 해 봅시다. 우리가 2차원에 살고 있지만, 3차원의 운동이라 할지라도 한쪽 벽면에 투영하여 그림자의 운동을 살펴보면 2차원의 운동으로 파악할 수 있고, 이 2차원의 운동은 2차원의 운동법칙을 정확하게 따릅니다. 이것은 우리가 살고 있는 2차원의 세계가 정확히 평면이라고 가정하면, 3차원의 운동이 2차원의 관점에서 이해되는 경우입니다.

그러나, 가령 우리가 살고 있는 2차원의 세계가 곡면이라면, 3차원의 운동을 2차원에 투영하게 되면 이해할 수 없는 결과가 나옵니다. 운동법칙은 무시되고, 제멋대로 움직이는 것으로 파악됩니다. 물론 곡면에 따른 일반적인 현상을 연구하여 나중에는 곡면에 맞는 운동법칙을 찾아낼 수 있을 것입니다. 그러나 곡면 자체가 변화한다면, 2차원 인간으로서 이러한 법칙을 이해할 수 있는 방법은 없는 셈입니다.

어쩌면 다들 아실만한 이야기를 길게 늘어놓은 이유는, 우리의 지적 수준이 하나님과 동일하지 않고, 하나님이 하시는 일들을 다 이해할 수 없을진대, 우리의 이해 수준을 초월하는 영역에 대해서 겸손한 태도를 가질 필요가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성경의 기록은 마치 3차원의 운동을 불규칙한 곡면에 투영한 2차원의 운동과도 같습니다. 자세히 분석하면 보다 "잘" 설명하는 규칙을 찾아낼 수도 있겠지만, 그것은 애시당초 3차원 운동의 그림자일 뿐 운동 그 자체를 설명하는 것이 아닙니다. 더우기 곡면 자체가 시간에 따라서, 혹은 성경 기자에 따라서 어떻게 변하는지에 대해서 알지 못하기 때문에, 각 사람마다 다른 해석이 나올 수밖에 없습니다.

우리가 삼위일체를 아무리 잘 이해하고 잘 설명할지라도, 그것은 인간의 입장에서 인간의 인식의 한계 속으로 드러난 부분에 대한 설명일 따름입니다. 인간으로서 아버지, 아들, 성령의 하나됨에 대해 하나님의 시각과 인식에서 이해할 수 있는 방법은 없습니다. 따라서 우리는 삼위일체에 대한 다른 이의 설명을 공격하기는 쉽지만, 스스로 삼위일체를 설명하는 데는 어려움을 느낍니다.

마찬가지로 다른 신학적 주제들에 대해서도, 어떠한 인식과 설명 체계를 세우기는 어렵고 반면 공격하기는 더 쉽습니다. 이는 기본적으로 어떠한 체계도 부분적이고 한계를 가지고 있기 때문입니다. 즉, 어떤 설명은 이런 면에서 잘못되었다라고 지적하는 것은 매우 용이하나, 모든 것을 한데 아우르고 전혀 모순이 없는 설명을 하기는 어렵다는 것입니다. 설령 그런 설명에 성공한다 할지라도, 그 설명은 인간의 수준에서 인식된 것을 잘 "설명"한 것일 뿐 본질 그 자체는 아닌 것입니다.

신학적인 연구를 통한 체계적이고 이론적인 설명이란 것이 없을 수는 없되, 그 한계를 모두가 명확히 인식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보다 본질적인 것은 이러한 초월자이신 하나님이 그 엄청난 갭에도 불구하고 그것을 뛰어넘어 직접 우리 안에서 말씀하신다는 것입니다. 신학적인 진리를 추구하다보면 하나님은 어느새 내 삶과는 동떨어진 저 너머에 계신 초월자가 되고 맙니다. 우리 하나님은 저 너머에 계신 하나님이 아니라 이시간 나와 함께 하시는 동행하시는 하나님이십니다.

우리의 한계에도 불구하고 "보다 나은 설명"을 찾는 노력이 헛된 것은 아니지만, 그것이 결코 완벽할 수 없다는 겸손을 잃지 않았으면 좋겠고, 또한 그것을 추구하는 가운데서도 살아계신 하나님을 잊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이 글을 읽으시는 모든 분들께 하나님의 놀라운 은혜로 인한 평강이 가득하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