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라게 하소서> 



이사 오자 마자 심은 레몬나무가 일년간 시들거렸습니다. 
잎사귀는 누렇게 비틀어지고 
꽃이 피지도 나무가 자라지도 않기에 
급기야 땅을 더 파고 뿌리를 잘 펴서 다시 심었습니다. 


그리고 쌀뜨물도 부어 주고 
우유나 아이스크림 묻은 그릇 헹군 물도 부어 주고 
약도 치고 그랬더니, 
요즘에는 키도 쑥 크고 
지난 가을엔 열매도 서너 개 맺혔고, 
그 레몬들 아직 따지도 않았는데 
계절에 맞추어 다시 꽃봉오리들이 봉긋봉긋 올라 옵니다. 


그렇게 자라 나는 나무가 하도 사랑스러워 
오늘은 거름으로 좋다기에 
양 똥(비료)을 사다가 또 뿌렸습니다. 

그러면서 시들한 모습이 하도 신경이 쓰여 
언덕배기 구석에 옮겨 심은 
다른 과일 나무에도 혹시나 하여 가까이 가 보니 

“옴마야~ 세상에~” 
그 나무들에도 작은 움이 올라 오고 있었습니다. 

“히야~ 너들 살았네~.” 
그래서 그 나무들에도 양 똥을 주면서 
죽으려면 죽고 살려면 살아라 하는 마음으로 
구석에다 내다 친 것 많이 미안해했습니다. 


식물이든 동물이든 생명을 바라보는 건 
참 아름답고 신기하며 사랑스럽습니다. 
그것도 한참 자라는 모습과 
꽃과 열매가 맺히는 모습을 대할 때면 더욱 그러합니다. 
주님의 생명을 받은 우리 또한 그러할 것 입니다. 


에베소서 4장을 읽으면서 주님 앞에 돌이킴이 있습니다. 
‘오직 사랑 안에서 참된 것을 하여 
범사에 그에게까지 자랄지라 그는 머리니 곧 그리스도라’ 
‘그에게서 온 몸이 각 마디를 통하여 
도움을 입음으로 연락하고 상합하여 
각 지체의 분량대로 역사하여 
그 몸을 자라게 하며 사랑 안에서 스스로 세우느니라’ 


이 세상 어떤 것 보다 아름다운 주님의 생명! 
그 귀한 생명을 받고서 몇 년이 지나도록 
시든 잎새마냥 누렇게 비틀어져 있다면.. 
또 그 귀한 생명에서 자람도 열매도 없다면.. 


오~ 주님, 자라게 하소서.. 
지체들의 도움을 입고 연락하고 상합하며 자라게 하소서! 
주님 당신의 장성한 분량에 까지 자라게 하소서! 


오~ 주님, 다만 당신의 손길을 간구하며 
자신을 열어 드립니다. 
접히고 꼬인 뿌리는 펴 주시기를.. 
마르고 벌레 먹은 가지는 잘라 주시기를.. 
때를 맞춘 영양 공급 끊이지 않기를.. 


오~ 주님, 저는 할 수 없으나 
당신은 할 수 있음을 믿습니다. 
범사에 당신의 생명으로 살 수 있도록 자라기 원합니다. 


------------------------- Christine 자매님이 쓰신 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