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은 볼 수도 없는 사포비슷한 아스팔트처럼 까망코 찐득찐득한 것으로 얕은 지붕들이 덮혀있있었고...
어느집이나 값싼 사방무늬의 벽지아니면 신문지로 벽을 바르고 살던 동네에....
일년에 한두번씩 사진의 배경으로 쓸 커다란 그림을 바퀴달아 끌고 오는 사진사 아저씨들이 있었습니다....
그 사진사 아저씨가 오시는 날은 저는 눈이 뻘겄도록 우는 날입니다....
왜냐구요??
울 엄마는 그 아저씨만 보면 저를 불러다가 머리카락을 바짝 잡아 올려 매어 묶고 따고를 반복하시면서 조금만 움직여도 여차 없이 머리통에 꼴밤이 날라옵니다...
지금도 잔머리가 유독 많은데 어릴땐 머리 빗을때마다 울 엄마가 얼마나 세걔잡아당겨 빗기는지...
머리카락 밑의 흰 알갱이가 다 나오도록 빗겨 묶는 머리때문에 벌써 눈에는 눈물이 그렁그렁 맺힙니다....
그러면 또 운다고 한 소리 듣죠....
사진찍기 전에 이미 전 퉁퉁 부어 있습니다.. 입도 잔뜩 내밀고...
그런데 더 재미있는 건...
그 배경 앞에 서면 아저씨가 저보고 오른 손 집게손가락으로 오른 쪽 볼을 누르고 왼손으로 오른쪽 발꿈치를 괴고 고개를 약간 삐딱하게하고 살짝 웃으라는 겁니다.....
그러면 전 그게 무슨 말인지... 왜 도데제 사진을 찍을때마다 손가락으로 얼굴을 찌르라는건지를 이해를 못해서...
퉁퉁부은 얼굴에 눈에는 눈물이 그렁그렁 맺혀있고 쑥내민 입술에 손가락으로 얼굴을 꾹!! 누르고는 ....
제발~ 이 괴로운 시간이 빨리 지나가길 바라고 또 바랬습니다....
아마 적어도 5-6년은 일년에 한두번씩 격던 고문이 아니였나 싶습니다.....
사진찍는 내내 엄마한테 혼나고 사진사 아저씨 잔소리에 이렇게 저렇게 움직여야하고...
그렇게 숫하게 찍은 사진이 그나마 두어장밖에 남지 않았습니다....
이모들 삼춘들 아빠친구들 엄마친구들... 누구든 오시기만 하면 엄마는 사진을 꺼내놓고 자랑하시고 결국엔 주네 못주네하다가 다들 가져가고....
맹하니 없어진 사진 덕에 저만 늘 고문에 시달려야 했거든요......
그래서인지.. 저는 머리를 만지는 것도 무척 싫어하고 사진찍는 것도 참 싫어 합니다....
그래서 저희집엔 제 사진을 별로 없습니다...
남편도 어데가기만 하면 저랑 아이들을 세워놓고 사진찍고자 하지만 전 번번히 피해서 도망을 갑니다......
그 기계(사진기) 앞에 차렸!!하고 서서 잠깐이지만 그 참아내야하는 어색함!!!!!!
아무튼 사진을 찍는 것도 찍히는 것도 좋아하지 않지만....
이번에 보아스 형제님께서 찍은 사진을 보니 사진이 이렇게 멋진 것이구나하고 깨닫습니다......
결론을 사진으로 내면 싱겁고 헛되겠죠??
예전에 교파에서 성경을 읽으면 그렇게 딱딱하고 어렵고 졸립고 그러더니....
사진을 멋지게 찍는 기술을 가지고 찍으면 다른 것처럼 성경도 '하나님의 경륜'에 초점을 맞추워 읽으면....
정말 성경 읽는 맛이 참 다릅니다... 이젠 성경 안 읽고는 살 맛이 안날 정도이니까요...
저같은 무인지경 사람도 좀 알고 사진을 찍으면 사진도 다른 맛이 날겁니다...... 그러면 사진을 찍히는 것도 좋아하게 될지도 모르구요......
형제
저도 그만한 때 사진사가 가지고 다니던 장난감 차를 타고 앉아 얼굴을 찡그리고 찍었던 흑백사진이 있습니다. 저도 사실은 왜 그런지 모르지만 사진 찍히는 것을 별로 즐겨하진 않습니다. 엊그저께도 여차여차 해서 간신히 중년훈련생들과 찍은 사진을 보니 눈을 지긋이 감고 있더군요. 세상의 아름다움은 그만 보고 내면의 주님의 아름다움을 더 감상하라고 주님이 주권적으로 눈 감은 순간에 셔터를 누르게 하셨나 생각합니다. 마침 전시된 사진 옆으로 그 사진을 찍은 형제가 지나가길래 웃으면서 저 사진에서 내 눈 좀 뜨게 해 줄 수 없느냐고 했더니 웃으면서 한다는 말이 저더러 연필로 눈 뜬것처럼 그려 넣으랍니다. 되로 주고 말로 받았습니다.
2005/06/05
비자
ㅋㅋ 남편이 오래전에 죽은 여자가... 남편 사진 한장를 가지고 초상화를 그리는 사람에게 가서 남편 초상화를 그려달랬다나요... 그런데 문제는 그 사진은 남편이 모자를 쓰고 찍은 사진인데... 모자를 벗을 모습을 그려달라고 부탁했답니다... 그래서 초상화가가 물었데요.. '남편을 가르마를 어느쪽으로 내었었나요??' 여자분이 대답하기... '기억이 잘 안나는데... 모자를 벗겨보면 알 수있지 않겠어요??'했답니다... 형제님의 눈감은 사진을 찍은 사진사 형제님의 윗트에 문득 이 이야기가 생각이 나서....
2005/06/06
Christine
사진 이야기 재미있군요. 비자자매님이 어렸을 때 많이 예뻤나 봅니다.^^ 저도 어린 딸아이를 카메라 앞에 세우기를 잘 했는데요. 자주 사진을 찍으니 갈수록 카메라 앞에서 자연스럽게 포즈를 잘 잡더군요. 그리고 가족 사진 찍고 나면 조씨 집안은 인물보다 사진발이 낫고 엄씨 집안은 그 반대라고 스스로 티박을 줍니다. 그래서 저도 사진기 앞에 서는 것을 퍽 좋아하지는 않습니다. 그러나 가정을 이룬 지 어느듯 꽤 많은 세월이 지나고 나니 그렇게 찍은 사진들이 많은 것을 기억나게 하고 흐르는 시간들을 또렷이 말해 주는 뭔가가 있더군요. 그리고 요즘은 디카가 생겨서 수시로 더 쉽게 사진을 찍을 수 있고 게다가 NZ방 채워야 한다는 의무감에 본의 아니게 자주 사진을 찍습니다. 사진에 대해 아는 것은 전혀 없지만..^^
2005/06/06
비자
청주의 사진을 예술작품 수준으로 찍으시는 보아스형제님 말씀으로는 40대 이후 사람들이 사진찍는 걸 좋아하는 사람이 거의 없다는군요.... 그래서 좀 위로^^받았습니다...
2005/06/06
형제
엊그저께 새로 받은 셀폰에 조그맣고 동그란 창이 있길래 이게 뭐냐고 물었더니 사진 찍는 창이랍니다. 그래서 한번 시범을 보여 보라고했더니 뭘 누르니까 핸드폰이 찰각하고 사진을 찍었습니다. 웬 찰칵 소리가 그리도 큰지...제가 두 분 다시 뵐 날이 있을 때 이걸로 순간 사진 한장씩 찍어 드리겠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