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가 사는 가까운 지역에 Takapuna(타카푸나) 도서관이 있습니다.

탁 트인 창가로 넓은 바다와 수평선을 바라 볼 수 있고, 책 보기가 지루하면 바로 앞에 있는 해변가를 한가로이 거닐 수도 있으며, 파도 소리 들으며 점심도 즐길 수 있는 곳.

그래서 나의 단골 카페마냥 자주 애용하는 도서관입니다.

그런데 이 곳에서 가끔씩 우리 한국학생들(10대)을 만날 때면 마음이 무거워집니다.

무리를 지어 자리를 차지한 학생들의 노골적인 소란과 보기 민망한 모습들이...

여기 사람들 정말 조용 조용하거던요. 은행이나 여타 사람이 모이는 장소를 가보면 쉽게 느낄 수 있는 부분입니다.

그런데 다름 아닌 도서관에서 마음껏 떠들고 장난치며 여학생들은 화장품까지 꺼내 놓고 바르고 칠하고 히히거리고 분명 중고등생들인데.

한 번은 옆에 앉은 남자분에게 아이들 정리 좀 시키는게 어떻냐고 했더니 아이들이 무섭다나요. 한국에서 10년 넘게 학원 교사를 하신 분인데 아이들에게 몇 번 당하고 나니 진짜 무섭데요?!

그래서 제가 나서 보았지요. 저들이 무서우면 얼마나 무서울까 싶기도 했고 도저히 그냥 넘기기엔 너무 심해서. 그런데 진짜 아이들 눈길이 예사가 아니었습니다.

우리 조금만 조용히 해 보자고..
한국말로 이렇게 떠들면 어쩌냐고..
저 멀리 구석 자리에서도 도저히 집중할 수 없다고..

그랬더니 한 남자아이가 45도 눈길로 쬐려 보며
"그럼 영어로 떠들면 괜찮아요?"

그런데 그 아이의 반응에서 순간 나의 분통이 아픔으로 바뀌었습니다.

어설픈 분노에 깊은 절망이 자리하고 있음을..

부모의 배려로 이 곳까지 왔으나 결코 쉽지 않음을 알았고 결국엔 자포자기한 아이들의 모습이..

유학이란 명분으로 한국의 입시지옥은 피했는지 몰라도 그들의 심한 절망감은 피할 수가 없었음이 분명한 듯..

어른들의 욕심이, 한국의 특이한 경쟁구조가 우리의 아이들을 이 먼 곳까지 데려와서 어둠의 구렁텅이로 이끌고 있는 것 같아 정말 마음이 아팠습니다.

"그게 아니다고......"
아이들을 타일러 보았더니
"죄송합니다" - 45도 눈길이 고요이 수평으로 바뀌었습니다.
아직은 너무나 순수하고 어린 학생들..

주님 아이들을 지켜 주소서. 저 아이들을 당신의 자녀로 얻어소서. 우리에게 그 부담을 더해 주소서 - 그 날 돌아오는 차 속에서의 기도였습니다.


중고등생들의 유학!!
정말 고려해 봐야 할 문제인 것 같지 않습니까?
우리말로도 잘 안된 공부를 영어로라도 어떻게 해보라고 떠다 밀어 보는 현명치 못한 억지 그리고 부작용!!

언제 시간이 되면 여유를 갖고 우리 유학생의 실태를 짚어 보고 싶은데 어떨지?


주님, 이러한 교통에도 당신이 나아 가소서.
당신의 자녀들 문제이오니 당신이 돌아 보아 주소서.
그리고 우리 모두를 온전한 자녀로 얻어소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