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에도 몇 번 씩 내렸다 그쳤다 하는 비를 핑계 삼으면
밖으로 나가는 일이 쉽지 않습니다.
그래서 요즘은 심하지 않은 비면 운동화를 신고 집을 나섭니다.
오늘도 가랑비를 맞으며 조깅을 시작하였습니다.
그런데 돌아오는 길엔 장대비가 되어 전신이 다 젖었습니다.
그래도 곧 아이들 필요에 따라 운전을 두어 시간 하고
점심을 해주고 나니 온 몸이 욱신거리고 한기가 들었습니다.
이럴 때면 나이를 먹는다는 사실이 더욱 확연해집니다.
이만한 일로 이렇게 쉽게 몸의 반응이 오나 싶은 것이...
나이를 먹는다는 것! 참 재미없는 일입니다.
매사에 기운이 빠지기 쉽고 게다가 무슨 일에도 별로 신이 나지 않습니다.
남들은 좋겠다고 입을 모으는 일에도 별로 신명이 나지 않는 것.
이 또한 마음까지 나이를 먹어가는 현상일 것입니다.
담요를 덮고 전기난로 앞에서 휴식을 취하며
이렇게 맥 빠지는 생각에 잠시 잠겼습니다.
그러나 그러한 생각에 붙들리면 금방 사망에 빠지기 쉬우니
주님의 이름을 부르며 몸을 추스르고 텃밭에 나가 야채를 뜯었습니다.
오늘은 한국어 영피플들에게 저녁밥을 해주기로 했으니
가벼운 몸살기로 주저앉아 있을 수 없었습니다.
제 단골 메뉴인 월남쌈은 야채와 과일을 썰어 놓기만 하면
준비가 거의 다 된 셈입니다. 거기다 차려놓으면 넓은 식탁이
가득해 노력한 것 보다 훨씬 푸짐해 보여 좋습니다.
식사를 차린 제가 맛있나?가 아니고 맛있지?로 물으니
촘촘하게 앉은 영피플들의 대답은 당연히 맛 있어요! 입니다.^^
그렇게 저녁을 마치고 집회를 시작하였습니다.
영피플들의 찬양을 들으며 저는 미리 준비해 둔 반죽으로
호떡을 굽기 시작했습니다.
뉴질랜드에서 호떡을 사 먹기란 정말 쉬지 않는 일이니
오늘 후식은 아주 특별식을 준비한 셈입니다.
말랑말랑한 호떡을 구우면서 젊은이들의 찬양과
하나님의 말씀 나눔을 듣자니 얼마나 달콤해지는지!
내 비록 나이를 먹으며 몸도 마음도 쇠퇴해 가지만
교회 안엔 이렇게 하나님을 사랑하는 젊은 지체들이 있고
기회가 될 때마다 함께 모여 먹고 마시는 건강한 교회생활이 있으니
이 얼마나 감사한 일인지요!
집회를 마치고 커다랗게 구워진 호떡을 하나씩 들고 맛있어 하는
형제 자매들이 얼마나 사랑스러운지!
주님, 비록 세월의 수를 타고 겉사람은 쇠하여 갈지라도
당신의 말씀과 사랑스런 형제 자매들 곁에 저를 두시니 감사가 넘칩니다.
주님, 더욱더 당신께 순종하며 지체를 섬길 수 있도록
저를 먹이시며 자라게 하여 주소서. 아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