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젠가 어느 교수가 그동안 신대원에서 벌어진 부정입학시비를 두고
신학문제로 몰아부친 적이 있다.

도대체 요즘 사람들이 자주 입에 올리는 신학이라는 것이 무엇인가?
걸핏하면 개혁주의니 자유주의니 하며 마치 용어 하나 속에 사람을 가둘 수 있는 것처럼 떠드는 사람들이 말하는 신학이라는 것이 무엇일까?

'신학은 자신이 믿는 바를 한 걸음 물러서서 동원 가능한 오늘의 언어로 표현하는 것'이라고 정의한 영국의 신학자 존 맥콰리의 견해를 따른다면 자신의 신앙을 자신의 언어로 표현해 보는 작업이다. 무슨 대단한 이론을 말하는 것이 아니다.

자신의 믿는 바, 그것을 표현하기 위하여 신학작업을 하는 것이 기본임에도 불구하고, 성경을 조금 읽고 신학에 대한 책을 몇권 읽고나면 그냥 자신의 얄팍하기 짝이 없는 지식으로 남을 판단하려 든다.
그것도 거창한 신학의 이름으로.

어떤 특별한 신학이 따로 존재하는 것도 아니고 신학이 개인의 전유물이 될 수도 없다. '개혁신학'이라는 매우 간단해 보이는 용어초자 누구나 동의할 수 있게 한마디로 정의되지도 않는다. 그러니 '세계개혁교회연맹'이라고 명백히 개혁신학노선을 천명해도 자신이 내린 정의와 조금이라도 다른 점이 보이면 그냥 자유주의자라고 몰아부치는 현상이 일어나고 있다.

누구나 동의하는 하나의 개념이는 것이 좀처럼 성립하기 어려운 것이 오늘의 학문 현장이다. 그래서 흔히 자신이 주장하고자 하는 개념의 정의를 규정하는데 시간을 보내게 된다. 아니, 누누히 말하는대로 한가지 용어로 사람을 정의하는 것은 애시당초 불가능한 일이다. 지킬박사와 하이드가 어디 특정한 인물을 두고 하는 말이겠는가? 누구나 조금씩 낮과 밤이 다른 모습을 갖고 있는 것 아닌가? 그게 죄인된 인간의 본성이 아니라고 누가 말할 것인가?

개혁주의를 입에 자주 올리는 사람치고, 정말로 도덕적이고 양심적인 사람을 보기 어려운 이유는 무엇일까?

성경적으로 산다고 주장하는 사람들일수록 성경이 아니라 자기 해석에 매몰되어 남의 해석을 무조건 자유주의로 몰아부치는 이유는 어디에 있는 것일까?

성경은 자신을 위하여 주신 말씀으로 받는 것이 그리스도인이 가질 기본 자세이다. 설교는 오늘 '자신에게 주시는' 하나님의 말씀으로 받아야 한다. 성경을 늘 남에게 적용시킬 자료로 사용하고, 성경말씀에 늘 자신이 만든 조건을 덕지덕지 붙여놓고, 설교를 늘 남이 들어야 할 말씀으로 대하니, 개혁주의를 뻔질나게 입에 올릴수록 후안무치한 모습을 더 심하게 드러내는 것이 아닌가.

하나님 앞에 다름 아닌 '내'가 서는 것이다. 남을 세우려고 애쓸 일이 아니다. 다른 사람이 늘 자신보다 하나님을 잘 모른다고 착각해서는 안된다. 겨우 건진 용어 하나 속에 하나님의 형상인 사람을 가두고 몰아부치려 하는 것은 정말 부질없는 짓이다. 목회도 그렇게 해서는 실수하기 십상이다. 사람이 얼마나 단순해 보이면서도 복잡한 존재인지 모른다. 소인이라고 함부로 평가하고 속단할 일이 아니다. 양의 탈을 쓴 이리가 얼마든지 존재하고, 평생을 오해속에 살다 죽었으나 훗날 영광을 누리는 사람도 얼마든지 찾아볼 수 있다. 역사는 무엇때문에 공부하는가?

지극히 개인적인 도덕성의 문제를 신학문제로 둔갑시키고 우매한 사람들을 농락하는 일이 더 이상 벌어지게 해서는 안된다. 그런 유희에 빠져들어서도 안된다. 신학책 몇 권 읽은 사람들일수록 대단히 조심해야 할 일이다.

고려신학대학원의 일련의 사건은, 단언하건데, 철저하게 개인의 욕망이 빚어낸, 죄성에 기반한 인간의 부도덕성이 빚어낸 결과물이다. 그 증거는 조만간 백일하에 드러날 것이다.

하나님의 교회와 하나님이 친히 부르신 하나님의 사람들을 함부로 비방하는 어리석음을 보이지 않기를 소망한다. 나름대로 젊고 똑똑하다고 여기고 소위 '개혁주의 신학'을 읊조리는 사람들일수록 더욱 그리하기를 기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