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부산의 중심 교회 중 한 교회의 목사가 난데없이 사표를 제출하였다는 소식을 접하였다. 12월 15일, 그 목사의 사표건을 다루기 위하여 임시노회가 열릴 예정이라고 한다.
제법 명성이 있는 교회의 부목사로 일하다가 4년전 이 교회에 부임한 젊은 목사는 알고보니 지난 4년내내 불편했던 모양이다. 그러다가 2006년을 마치기 전 끝내 그는 무너지고 말았다.
도대체 무슨 일로 갑작스럽게 사표를 내게 되었는가. 여러 사람들이 그 이유를 알아보지만 신통한 이유를 들을 수가 없다. 알려진 이유 중 하나는 '젊은 목사가 부임하면 몇 천명의 교회로 성장할 것'이라고 당회원들이 믿고 있었는데, 그렇지 못하였다는 것이다. 한마디로 성장 목표에 미치지 물러서게 했다는 이야기이다.
그동안 나는 우리 교회들이 한가지 심각한 질문을 하지 않으면 안된다는 생각을 줄곧 해왔다. 도대체 교회의 지도자들이 교회를 어떻게 이해하고 있는가에 대해 의문이 그치지 않았다. "교회의 목사와 장로는 자신들이 섬기는 교회의 본질을 어떻게 이해하고 있는가?"
교회가 성장하기를 기대하는 것은 정상적이다. 건강한 교회는 성장해야 한다. 그런데 오늘 한국교회가 말하는 성장은 무조건 숫적인 성장이다. 끝없는 성장을 바란다. 여의도 순복음교회가 수십만의 교인을 노래하면서 한국교회들은 수의 성장에 한계를 모른다.
지난 10년간 한국교회는 숫적으로 성장이 아니라 감소했다는 통계가 나와 우리 모두에게 충격을 안겨주었다. 로마교회에 반비례하는 모습을 보였다 하여 너도 나도 한마디씩 그 이유를 읊어대고 있다.
한국교회 전체 상황이 이러한대도 교회들은 끊임없이 자신이 속한 교회가 숫적 양적 성장을 이루어가지를 열망하다 못해 이것이 목회자들에게는 심한 스트레스의 원인이 되고 있다. 교회가 숫적 증가를 이루지 못하면 목사가 그 책임을 져야 한다. 심지어는 이 교회처럼 목사가 진퇴를 결정해야 하는 순간까지 맞게 된다.
교회는 그리스도의 몸이다. 이 교회를 위하여 사도와 선지자, 복음전하는 자 목사와 교사를 세우셨다. 목사는 오늘날까지 계속되는 직분이다. 그런데 이렇게 지도자를 세우는 이유는 어디에 있었는가? 주께서 교회의 지도자를 세우신 것은 "성도를 온전게 하며 봉사의 일을 하게 하며 그리스도의 몸을 세우려"하심이다. 그 어디에도 숫적인 성장을 이루기 위함이라고 하지 않았다.
목사들은 그야말로 말씀 전하는 일과 기도하는 일에 전무하는 사람이다. 교회는 하나님의 말씀을 선포를 통하여 하나님의 나라를 세워간다. 물론 모든 민족으로 제자를 삼아야 한다. 그것이 단순히 '우리 교회'의 성장만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우리가 복음을 선포하면 하나님은 어떤 방법으로든지 하나님의 나라를 확대해 가실 것이다.
사람들을 우리교회로 끌어들여야 한다는 좁은 생각 때문에 교회들이 치열한 경쟁을 벌인다. 교회가 아니라 장사꾼의 모습이다. 목사는 어떻게하든 교인을 잃어버리지 말아야 한다. 그러자니 교회는 정결함과 거룩함이라는 보다 중요하고 고상한 목표를 안고 살 수가 없다. 수단 방법을 가리지 않고 교인을 긁어모으는 재주를 가진 목사가 최고다. 차비를 주어서 노인정이라도 훑어 와야 한다. 머리숫자를 채우고 볼 일이다. 그러니 교인들을 나무라고 치리한다는 것은 상상도 할 수 없다. 어느 교회에 언제 '치리'가 있었는지 물어보라. 무슨 짓을 하든 교회는 상관하지 않아야 한다. 그저 붙어있어 자리라도 채워주기를 바랄 뿐이다. 어떻게 벌어들였던 상관없이 헌금을 많이 하는 사람이 늘어나면 재정부는 만족스럽다. 재정이 빠듯하거나 부족하면 자연히 담임목사는 무능한 사람으로 전락하게 된다.
목사는 더 이상 하나님의 신실한 종이 되는 것으로 충분하지 않다. 교인을 많이 끌여들여야 하고, 교인들이 헌금을 많이 하도록 해야 한다. 짧고 재미있게 설교하여 교인들을 지루하지 않게 해야 하고, 잘 생겨, 보기만 해도 기분이 좋게 해 주어야 한다. 교인들의 기분을 잘 맞출 수 있어야 한다. 가능한한 빨리 은퇴해 주면 최고의 목사가 될 수 있다.
목사가 심하게 흔들리고 있다. 목사라는 직분이 교회를 위하여 하나님이 세우신 사자의 자리가 아니라, 당회가 뽑은 고용인의 위치에 놓여지고 있다. 목회철학과 방침을 가지고 하나님의 마음에 합당한 교회를 세워가는 것이 아니라 이익 창출에 성공적인, 자본주의 원리에 충실한 교회를 만들어내는 재주를 가진 목사여야 한다.
슬프다. 목사의 무너짐이 슬프다. 그것도 단지 교회가 숫적으로 성장하지 못했다고 목사가 물러서야 한다는 이야기는 나를 슬프게 한다. 지금 한국교회는 총체적인 위기에 빠져있음을 아무도 부인하지 않는다. 교회가 자본주의 냄새를 물씬 풍겨 이방인들의 손가락질을 받는 형편이다.
이런 때에 교회가 할 일은 그야말로 비본질적인 문제에 정신을 빼앗기고 살았던 지난날을 반성하고 이땅에서 가난하고 겸손하게 섬김의 삶을 살았던 주님을 기억하며, 우리의 나아가야 할 길, 살아갈 방법을 되돌아 보는 일이다. 자본주의 냄새를 풀풀 풍기는 물질주의, 지배욕에서 벗어나 빛과 소금의 역할을 중시하는 것이다. 더 이상 벽돌쌓기, 통계수치 중심의 교회상을 버리고 희생과 섬김에서 존재의 의미와 역할을 찾는 순수한 교회로 나아가는 일이 절실하다. 허황한 외형주의에 빠져 본질을 잃어버리는 어리석은 자리에서 일어서야 한다.
만약 계속하여 물신숭배 사상에 젖어 산다면 한국교회는 그 존재의미를 완전히 상실할 것이고, 촛대는 금방 옮겨지게 될 것이다.
아아~~세상과 전혀 다르지 않은 교회를 언제까지 그냥 바라보며 살아야 할 것인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