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시일 : 2002/05/23 (목) AM 11:15:33 조회 : 35

하나님은 인간을 지으시면서 "온 땅에 충만하기"를 원하셨다. 어느 한 곳에 모두 모여 있는 것이 아니라 하나님이 지으신 온 땅에 흩어져 그 땅을 다스리기를 원하신 것이다. 노아의 홍수 이후, 흩어지기를 거부하는 인간들이 바벨탑을 쌓을 때 하나님은 적극적으로 개입하셔서 인간들을 온 땅에 흩어 놓으셨다.

하나님은 인간들이 스스로 모여 하나가 되는 것을 원치 않으신다. 홀로 있을 때 외롭고 나약할 수밖에 없는 인간, 그 마음의 공허감을 하나님이 아닌 다른 것으로 메꾸고 스스로 교만하여져서 '우리가 뭉치면 하나님 없이도 무엇이든 할 수 있다'는 어리석은 생각을 품는 것을 하나님은 싫어하신다. 오히려 흩어진 가운데 겸손한 마음으로 하나님을 찾기를 원하신다.

인간은 오직 성령으로만 하나가 될 수 있다. 그러나 하나님의 이름으로 모인 하나님의 백성들 역시, 흩어지려 하지 않고 스스로의 울타리 안에 모여 있기만 한다면 하나님이 기뻐하지 않으신다. 하나님은 믿는 사람들의 공동체를 원하시지만, 그들이 세상과 분리되어 담을 쌓고 지내는 것을 원하시지 않으셨으며, 그렇게 자기들끼리만 똘똘 뭉쳐 지내던 이스라엘과 초대 예루살렘 교회를 온 땅에 흩으심으로 이를 증명하셨다.

하나님의 뜻은 흩어짐에 있다. 하나님 백성의 모임은 반드시 이 '흩어짐'을 전제로 한, '흩어짐을 위한 모임'이 되어야 한다. 하나님은 하나님의 백성이 온 땅에 흩어져 하나님의 나라를 이루어 가기를 원하신다. 하나님의 자녀들이 세상의 곳곳에 흩어져 자기가 밟는 땅을 하나님의 나라로 선포하고, 그 뜻을 그 땅 가운데 이루어 가기를 원하신다. 그렇게 흩어져서 세상을 다스리고, 세상을 섬기기를 원하신다.

우리의 모임이 '모임을 위한 모임'이 아닌가 돌아보자. 세상과는 담을 쌓고 우리들의 울타리 안에서만 머물고자 하는 모임이 아닌가, 흩어져서 살아가야 할 각자의 삶은 버려둔채, 오직 모임에서 얻는 평안과 만족이 우리의 목표가 되어 있지는 않은가 돌아보자. 서로의 삶의 영역에는 관심이 없고 모임에 나온 그 사람의 모습에만 관심이 있지는 않은지 돌아보자. 만약 그렇다면 우리들의 모임은 하나님께서 싫어하시는 바가 될 것이며, 아무런 열매 없는 피상적인 모임이 되어 결국 깨어지고 말 것이다.

우리의 모임이 '흩어짐을 위한 모임'이 되도록 기도하자. 흩어짐을 위한 모임은 모임을 위한 모임보다 더 뜨겁고 깊다. 각자가 살아가야 할 세상, 각자가 밟아야 할 땅에 대한 고민과 아픔을 서로 나누기 때문이다. 흩어져 살아야 할 서로의 일상생활을 위해 함께 중보하고 격려하며 위로하기 때문이다. 모임에서 비추는 그 사람의 모습을 넘어, 그 사람이 실제 살아가는 삶에 관심을 두게 되기 때문이다.

하나님의 뜻은 흩어짐에 있음을 기억하자. 흩어져 살아가는 우리의 삶이 하나님과 동행하며 하나님의 다스림을 이 땅에 펴는, 하나님이 원하시는 삶이 되기를 기도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