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생활을 말직으로 삼십 년 넘게 하시고도
고지식하리만큼 원리원칙대로 살아오신 아버님이
집안 사정상 퇴직금 받은 것을 부동산에 투자하였습니다.


후에 그것을 매각하는 과정에서
순진하리만큼 고지식한 퇴직공무원의 부동산은
업자들이 보기에는 말 그대로 밥이었습니다.
눈뜨고도 당한다는 말이 실감이 날 정도로
손 안에 남은 것이 하나도 없게 되었습니다.


그때마다 어머니는 불안해서 이렇게 저렇게 말려보았지만,
한번 업자들에게 말려들기 시작한 이후로는
무엇에 홀리신 것처럼 그렇게 몇 년을 보내셨습니다.


간장병, 피부병, 당뇨병.. 등등 십년도 넘게
아버님 병이란 병은 다 수발하며
자식들 학비대느라 초등학교 앞 학꼬방을
낮이나 밤이나 지키시던 어머니가
지금도 그때 이야기를 하시면서 가끔 눈물지을 때가 있습니다.
완고하리만큼 고지식하게 살아온 아버님이
지금은 어머님한테 가끔 구박(?)을 듣기도 합니다.
아버지와 어머니가 약간의 언사가 있으면,
어머니는 어김없이 예전 일이 생각나시는 모양입니다.






......퇴근하고 나면 아들은 무엇이 그렇게 바쁜지
하숙생처럼 저녁먹자마자 가방들고 어디론가 후딱 나가버리고
며느리도 자주 뒤따라나간 뒤치닥거리...
두 손자들 돌보아주는 것은 영낙없이 어머니 몫입니다.
어쩌다 집에 있는 날이라도 되면 아들은
항상 바쁘게 컴퓨터 앞에서 무엇인가 투닥거리고 있고....
변변히 어머니 말 들어줄 시간도 못내는
제 자신을 생각할 때마다 너무 죄송한 생각이 듭니다.

이 어머니가 아들한테 가끔 하는 소리가 있습니다.
'애비야..., 빠져도 너무 빠져들지는 마라'


그래도 지체들 초대해서 식사할 때면 식사를 준비하시는
어머니의 손길은 항상 정성이 가득합니다.
이전에 대학생들 봉사라고 할 때는
쉽게 불러들이는 것은 저였지만,
수고하고 먹이는 손은 어머니 손이었습니다.
물론, 저의 자매의 수고도 빠질 수는 없습니다.


아버님도 건강이 이전만은 못하시지만,
돋보기 이리저리 대시면서 말씀을 보시곤 합니다.
요즘은 신언의 부담을 받으셨는지 얕은 목소리로
신언집회 중에 자주 신언을 하십니다.
짧은 감기 하나에도 손자들 병원행은 모두 아버님 몫입니다.







......아침은 물론이지만, 저녁은 특별한 일이 없으면
집에서 가족들과 함께 하는 것이 제 철칙입니다.


한번은 저녁 식사하는 중에 초등학교 3학년 맏아이에게 물었습니다.
'너는 어떤 때가 제일 행복하냐?'
'우리 식구가 모두 하나님 나라에 있을 때요'
둘째와 아버님, 자매가 번갈아 대답을 하는데,
어머니께 여쭈었더니 환하게 웃으시더니 '지금'이라고 하십니다.
제가 요구하는 말을 어머니는 먼저 하셨습니다.
저도 온 가족이 함께 모여 식사하는 '지금'이라고 했습니다.

다른 사람보다 유난히 긴 방황의 사춘기를 보낸
아들의 옛날을 생각할 때마다
어머니는 이렇게라도 하는 아들이 감사하고 행복한 모양입니다.


(어머니, 이전 것은 지나갔습니다.
이전 것이 자꾸 생각나더라도
그 생각 자체를 부인할 필요가 있습니다.
'지금' 행복이신 그분을 누림으로
의와 평강과 희락인 하나님의 나라가
우리에게 임하게 하는 것이
우리를 사랑하시는 주님의 참된 뜻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