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아침에도 전쟁입니다.
고 3인 딸아이를 깨우고 뭐라도 먹여서 보내고자하는 전쟁.

간밤에도 잠을 못 자고 시험공부에 매달린 것을 알지만요.

꼼지락 거리는 듯한 아이의 행동에
차 대놓고 기다리는 아빠의 "빨리 나오라" 는 몇 번의 전화에...

어제 빨아놓은 옷이 안 말랐다고
이옷 저옷 입어보다가는 반 팔 여름 옷을 입고 나가려는 아이에게
그만 큰 소리가 나와버렸습니다.

감기기가 있어서 목이 아프다고 했거든요.

놀란 아이가 스웨터를 걸치고 나가면서 하는 말!

"엄마! 오늘 내 생일인데...."

아이쿠!  어제만 해도 기억했었는데....우짜나...

기어들어가는 소리로..
"엄마가 어제 저녁에도 기억했었는데...졸다가 그만 잊어버렸...."

그렇게 보내놓고보니 맘이 안 편해서 아빠의 핸폰으로 전화를 걸었습니다.

"누림이 오늘 열일곱 번째 생일이니 축하해주고 맘도 만져주세요."

알았다는 대답을 듣고 끊고서도 맘이 안 편해서
다시 아이를 바꾸어 달라고 해서는...

"누림아! 엄마가 잊어서 미안해!.
요즈음 졸려서 무슨 생각이 잘 안나네.

오늘 저녁에 함께 저녁 맛있는 것 먹을까?
하루 즐겁게 보내고 이따 만나자~...."


아이의 아빠가 오늘 일 마치고는 카드 한 장 꼭 사놓으라네요.
그리고 한국 가기 전 아이에게 약속한 것 사주어야한다고...
2 주간 혼자 잘 지내고 있으면 뭐 하나 사주기로 했거든요.


우리 부부가 이렇게 하는 것은 아이를 위하는
천연적인 사랑으로 그러는 것이 아니고요.

아이를 해피하게 해 주어야 우리가  말하는 하나님의 사랑이
아이에게 전달된다는 것을 알기 때문이지요.

이제 내년이면 우리의 손에서 떠나버릴 아이와 함께 하는 마지막 생일날.

내년에는 대학 들어가고 기숙사나 자매의 집으로 떠나고 없을텐데요.

전화로 몇 마디 위로하고 사랑한다고 말하고 나니
나의 마음도 아이의 마음도 녹아내렸습니다.

17년 전 태어났을 때 나의 마음을 기쁘게 해주었던 딸 아이,
자라면서 아프고 다치고 여러가지 사건들로 마음도 많이 조이게 했지만

이제 거의 성인이 되어가는 아이를 대하면서
나의 소유가 아니고 주님이 잠시 맡기셨다는 느낌,

하나님 담을 귀한 그릇으로 잘 키워야한다는 책임감,
주인이 쓰시기에 합당한 그릇으로 키워야한다는 느낌이 많습니다.

오늘 저녁에는 소중히 품고 목양하는... 모두가 행복해지는  저녁을 보내게 될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