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제 딸아이가 다니는 시골 학교에서 있었던 pet(애완동물) day를 그려 볼까 합니다.


pet day란 집에서 기르는 동물을 학교에 데리고 와서 서로 선을 보이고 동물들과 경기도 하며 여러가지 행사를 하는 날 입니다. 물론 학부모도 함께 참석 하고요.


저도 아침 일찍 김밥 도시락을 준비하여 학교에 갔습니다. 학교에 온 동물들은 주로 개와 양들 이었고요 말을 몰고 온 학생도 있었습니다. 그리고 유일하게 애완동물이 없는 제 아이는 달팽이 몇 마리 잡아서 종이상자에 담아 두었고요.^^


첫 타임으로 개들의 재롱잔치가 있었습니다. 아이들의 지시에 따라 어느 개가 잘 훈련 되었는지 겨루는 경기였습니다. "앉아", "일어서" ,"오른발", "왼발", 던진 공 "물고 와", 그리고 함께 달리기 등.. 그 정도였지만 다들 재미있어 하며 박수도 많이 보내주고 월등한 개들에겐 상도 주었습니다.


외출 나온 양들은 나무 밑에 묶여 맴맴거리며 꼬마들 팔매질에 이리 몰렸다가 저리 몰렸다가 하고요. 양들을 가까이서 보면 정말 양순해 보입니다. 특히 OO 양들의 눈은 얼마나 순하고 예쁜지 모릅니다.


meeting hall에는 그동안 만들었던 아이들 작품이 진열되어 있고요, 어른들은 학교 잔듸밭에 편안하게 앉아(어떤이는 비스듬이 눕기도..) 싸온 음식을 먹으며 학부모끼리 인사와 환담을 나눕니다. 그리고 한 무리는 아이들 행사에 참여하며 재미있어 하고요.


학교 캠프를 위한 기금마련에 주안을 둔 아이들의 행사로  보잘 것 없지만 소박하고 각 팀끼리 스스로 아이디어를 내어  열심인 것이 보기 좋았습니다.


빈 맥주캔 쌓아 놓고 테니스 공으로 던져 무너뜨리기 - 50센트(300원 정도)에 3번 던지기 - 제대로 맞추면 롤리(사탕 종류) 3개!^^


물 담은 넓은 대야에 프라스틱 빈 그릇 띄어놓고 동전 던져넣기 - 물에 빠지면 그대로 퐁당^^,  빈 그릇에 넣으면 던진 액수의 두 배를 받고.. 참 재미 있었습니다. 저는 7~8번을 던졌는데 두 번 골인을 했더랬습니다.^^


그리고 여자 아이들이 직접 만들고 그린 게임놀이..
집 뜰에서 뽑아 온 화초를 펴 놓고 파는 아이들.. - 화초인지 잡초인지 분간이 안 될 정도로 아무렇게 자란 것들이지만 그래도 부모들은 예쁘다고 하면서 사주더군요.
중고품을 모아 전을 편 아이들..
음료수와 롤리통을 얹어 놓고 판매에 선 우리 딸아이..


그리고 학교 모퉁이에선 엄마들의 소세지 구이가 학교 가득 냄새를 풍기고요. 저는 넉넉하게 준비한 김밥을 사무실 책상에 펴 놓고 지나가는 사람마다 먹기를 권했더니 너무 너무 좋아하고 맛있어 했습니다.


점심 때가 넘으니 고학년 여자 아이 몇이 도서관에 모여 웅성거리기에 무얼하나 궁금해 했더니 아빠들이 만든 케익을 심사하는 중이라고 문까지 잠그더군요. "man's cake" 이라나요.


마무리 시간이 되자 각 팀별로 행운의 추첨(주로 상품은 초코렛 또는 롤리^^)이 있었고, 아이들이 결정한 man's cake에 등수를 발표 하였습니다. 엉성한 케익들이 ground 탁자 위로 옮겨지고 아빠들은 상기된 얼굴로 아이들의 발표를 주시하였습니다. 5등, 4등.... 칼라 종이의 작은 상장과 초코렛 하나를 받아 들고 좋아하고 기뻐하며 모습들.. 신발은 농장서 일하다 왔는지 흙 묻은 긴 장화.. 한결같이 작업복 차림의 헐렁한 모습들.. 그러나 표정만은 싱글벙글 "Thank you!"를 외치며..^^


1등은 제법 섬세하게 양모양을 만든 아빠에게.. 메달과 상장을 받고는 펄쩍 펄쩍 뛰기까지....^^


시상이 끝나자 그 케익으로 경매가 시작 되었습니다. 학부모 아빠가 경매를 붙이는데 그것 또한 재미있고 볼 만했습니다. 재미있는 입담으로 웃음바다가 계속 되었거던요. 저는 2등으로 선정된 초코렛과 롤리가 범벅이 된 '기관총과 탄환'으로 이름 붙여진 케익에 낙찰을 보았습니다. 90달러(50,000원 정도)에요. 그 케익을 만든 아빠 무지 좋아하며 저에게 악수까지 청했습니다.^^ 케익 값도 캠프를 위한 기금으로 사용 됩니다.


그렇게 학교에서 하루를 보냈습니다.^^
행사하면 현수막이 걸려야 하고, 호각소리가 요란해야 했던 저 다닐적 학교를 생각했습니다.
많은 수의 학생들에 어쩔 수 없는 우리의 모습들..
남반구 끝나라 뉴질랜드 시골학교에선 또 이런 모습들..


전교생이라야 20명 정도, 두 학급, 정식 교사 2명, 보조교사 1 명, 스포츠 등 특활 활동은 능력있는 학부모 담당..
사방이 산으로 둘러 쌓인 조용하고 정말 작은 학교이지만 인수가 적어서 썰렁하거나 뭐가 부족하다는 느낌이 전혀 없습니다. 크고 요란한 것을 원하지 않아서 인지....
학생수가 필요한 운동게임이나 무용 등은 인근 학교들과 함께 아주 멋지게^^ 해 냅니다. 정말 놀라울 정도로요. 다음엔 아이들 뮤지컬을 한 번 소개하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