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 주기 전에는
그는 다만
하나의 몸짓에 지나지 않았다.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 주었을 때
그는 나에게로 와서
꽃이 되었다.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 준 것처럼
나의 이 빛깔과 향기(香氣)에 알맞는
누가 나의 이름을 불러다오.

그에게로 가서 나도
그의 꽃이 되고 싶다.

우리들은 모두
무엇이 되고 싶다.
너는 나에게 나는 너에게
잊혀지지 않는 하나의 눈짓이 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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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창시절에 자주 읽고 의미를 새기던 교과서에 나오는 김춘수 님의 "꽃"이라는 시입니다.


우리는 피차 서로에게 너무나 객관적인 대상일 뿐입니다.

주관적인 존재의 둘레인 우리 자아의 단단한 벽은
그 어느 누구에게도 자아의 벽이 허물어지는 것을 가장 두려워하는 속성에 의해
자아가 위기 위식을 느끼기 시작하기만 하면,
견고히 두겹 세겹 문을 잠그기 시작하고,
그로 인해 자아의 벽을 넘어 존재의 경계 안에서 주관적인 어떠함이 된다는 것은
참으로 견고한 성을 무너뜨리는 어려움과도 같습니다.


심지어는 주님을 영접하기 전의 하나님마저도 우리에게는 여전히 객관적인 분 일뿐이었습니
다.


지극히 높은데 계신 영광스러운 하나님이...
낮고 천한 목수의 집 구유에 오시고,
사람들에게 멸시 천대 받으신 인생을 사시고,
우리가 지은 죄로 말미암아 십자가에 대신 달리시고,
이제는 우리 안에서 그 신성한 생명을 공급하기 위하여 생명주는 영이 되신...
아! 하나님, 그 크신 사랑이!...


어느 순간 그 큰사랑이 우리 속 깊은 곳을 울리며 우리를 감동시키셨고
그것이 우리를 하나님 앞에 엎드리게 했으며,
그 무엇에도 정복되지 못하고 갈수록 높아져만 가는 자아의 성의 문을 활짝 열고
그 이름 불러 그분을 영접하기 전까지는
그분은 그분, 나는 나일 뿐이었습니다.


심지어 그분을 영접한 이후 노정에도
자주 몇 발자국씩 빗나가기도 하지만,
그때마다 조금 돌이키기만 해도 기다리는 그분의 사랑의 어떠함이
마음속 깊은 곳에서부터 그 사랑으로 눈물흘리게 하고 돌아서게 합니다.


그런 객관적인 대상이 내 존재의 영역 안의 주관적인 어떠함이 되는 것은...


또, 서로가 서로에게 너무나도 객관적인 존재에 불과한 각 주관적인 존재가
서로에게 의미있는 주관적인 존재로서 "너는 나에게 나는 너에게" 잊혀지지 않는 어떠함이
되는 것은 주관적 존재가 가진 경계, 담을 무너뜨리는 것뿐입니다.
심지어는 이런 느낌은 가장 가까이 살고 있는 사람에게서도 너무 자주 느낍니다.


그리고, 그 가장 좋은 길 중의 하나는 생명이 있는 사랑의 "감동"이라고 자꾸 되뇌어집니다.
우리 자신을 드려 그들의 마음을 움직이고 사로잡아 주님께 드리는 것은(고후11:2)
그들을 "감동"시키지 않고는, 그 벽을 넘어 그 사람의 존재 깊은 곳을 만질 수 없으며
그 사람 자체를 움직일 수 없다는 것을 깨닫곤 합니다.
여기에 우리의 드림과 헌신이 얼마나 필요한지...


우리 많은 사람이 그리스도 안에서 한 몸이 되어 서로 지체가 되었다는(롬12:5) 어찌보면
당연하기까지 한 성경구절이 우리 생활에서 실제가 되기 위해서는 얼마나 많은 서로간의 의
미 있는 사랑의 "감동"이 있어야 되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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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그분의 이름을 불러 주기 전에는
다만 하나의 객관적인 존재의 몸짓이었을 뿐이었습니다.

그러나 그분 이름을 부를 때
그분은 나에게로 와 내 안의 생명이요 어떠함이 되셨고
이제 많은 우리는 그분 안에서 한 몸이 되어 서로 지체가 되었습니다

우리는 다만 지체라는 이름 아래 그냥 머물지 말고
지체의 이름에 맞는 빛깔과 향기를 낼 수 있는
알맞은 기능을 낼 수 있도록 그 지체로서의 이름을 불러주세요.

그 몸된 교회 지체로서 다른 지체에게
항상 필요하며 잊혀지지 않는 그 무엇이 되고 싶습니다.